아산 웹진아산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5분

순조 시대의 정취가 남은 집,
아산 용궁댁

은행나무와 소나무 대문이 지킨 200년 전 양반가의 결과

순조 시대의 정취가 남은 집, 아산 용궁댁
아산 현지 사진

아산시 도고면 도고산로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용궁댁은 순조 25년, 즉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인 1825년에 지어졌다고 전해져요.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북향으로 자리를 잡은 이 집은, 한 양반가가 선택한 위치와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을 여전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 진입로예요.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서 있고, 그 옆에는 무지개처럼 휘어진 소나무 줄기가 대문을 대신하고 있거든요.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준비되는 느낌을 받게 되는 입구입니다.

200년을 지켜온 은행나무와 소나무 대문

무지개처럼 휘어진 소나무가 대문을 대신하는 입구
무지개처럼 휘어진 소나무가 대문을 대신하는 입구

용궁댁의 진입로는 다른 한옥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 두 그루는 아마도 집을 지을 때부터 함께했을 나무들일 겁니다.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노란 잎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잎을 돋아낸 이 나무들은, 이 집의 시간을 가장 정직하게 담아낸 증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옆의 소나무는 더욱 독특합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무지개처럼 휘어진 줄기가 마치 의도적으로 배치한 대문처럼 기능하고 있거든요. 곧은 나무는 많지만, 이렇게 휘어진 소나무를 정원 입구에 배치한 것 자체가 주인의 미적 감각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느껴집니다.

日자형을 이루는 복잡한 건물의 배치

용궁댁 건물 전체의 日자 배치를 보여주는 경내
용궁댁 건물 전체의 日자 배치를 보여주는 경내

건물 배치만 봐도 이 집의 설계가 얼마나 정교했는지 알 수 있어요. 안채는 5칸 겹집을 중심으로, 양쪽을 홑집으로 꺾어 붙인 'ㄷ' 자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一' 자형의 중문간채가 있는데, 이 배치가 모여서 전체적으로 'ㅁ' 자 형태를 만들어요.

거기에 사랑채가 'ㄱ' 자 모양으로 붙어 결국 전체가 '日' 자 모양이 되는 거예요. 이런 복합적인 배치는 단순히 집을 크게 짓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어요.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하되, 동선을 자연스럽게 가르고, 각 공간에 필요한 채광과 통풍을 고려한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문간채는 단순한 복도가 아니라, 중문을 들어서서 곧바로 안마당으로 향하지 않고 꺾어 들어가도록 배치했어요. 이것은 집의 사적 영역을 보호하는 동시에, 손님과 가족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공간을 만들려는 의도가 담긴 설계라고 봅니다.

북향 집의 도전, 시간이 더한 개조

용궁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이 집이 북향이라는 점이에요. 풍수적으로든 실리적으로든 북향은 채광이 부족하고 겨울 추위가 심한 약점을 갖고 있죠. 하지만 주인은 그 위치를 선택했고, 이후 세월 속에서 그 약점을 보완했습니다.

대청 앞쪽에 설치된 유리문과, 사랑채와 중문간채에 달린 덧문들이 그 증거예요. 이 개조들은 모두 후대에 설치된 것으로 보이는데, 북향 집의 추위와 비바람을 막기 위한 실용적인 결정이었을 거예요. 이렇게 보면 용궁댁은 단순히 '200년 전 지어진 집'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주인과 후손들이 계속 손을 더한 생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유산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는 집이었던 거죠.

집안에 심은 정원, 네 가지 나무의 의미

특별한 정원시설은 없지만, 집안 곳곳에 심어진 나무들이 용궁댁의 정원을 만들고 있어요. 매화, 소나무, 향나무, 감나무. 이 네 가지 나무는 우연이 아니라, 양반가의 정취를 완성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매화는 겨울 끝자락에 꽃을 피워 봄을 알리는 나무예요.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매화를 고결함의 상징으로 여겨왔고, 난초·국화·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취급하던 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사계절 푸르른 생명력의 상징이고, 향나무는 은은한 향기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나무죠.

감나무는 실용적인 선택이기도 했을 겁니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리는 감은 가족을 먹이는 동시에, 그 풍경이 주는 시각적 풍요로움도 있었을 테니까요. 이렇게 심어진 나무들은 집의 공간마다 계절을 알리고, 마음을 정화하는 역할을 했을 거예요.

오늘 용궁댁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 나무들이에요. 특히 겨울과 봄 사이의 계절에 매화가 피는 시기, 그리고 가을에 감이 빨갛게 익는 시기에 방문한다면, 당시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나무들을 심었는지 좀 더 선명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경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나무를 어디에 심을지를 신중하게 고른 결과가 남아있는 공간이라는 뜻이에요.

도시전설 팁
용궁댁은 국가유산으로, 소유주 사정이나 보존 관리상 관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방문 전에 반드시 아산시 관광정보나 지역 문화재 안내를 통해 현재 개방 현황과 방문 가능 시간을 확인하고 가세요. 지역 주민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순조 시대의 주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를 선택하고, 어떤 정성으로 이 집을 지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곳이에요. 아산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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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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