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서 만나는 얼굴들,
박물관 얼굴
40년을 수집한 석인·목각인형·도자기, 하나의 공간에 모이다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길에는 미술관도, 전시관도 아닌 어떤 공간이 있어요. 박물관 얼굴입니다. 이곳을 만든 사람은 연극 연출가 김정옥이에요.
그가 40여 년간 수집해온 옛사람들의 얼굴들—석인, 목각인형, 도자기, 가면 등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은 곳이 바로 여기예요. 무대의 논리로 공간을 설계했다고 해요. 미술관처럼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공연을 보는 것처럼 체험하는 곳이 되길 원했던 거죠.
40년을 모은 옛 얼굴들
박물관 얼굴의 핵심은 그 이름에 담겨 있어요. 얼굴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도자기인형들을 모았고, 유리로 된 인형들도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심을 이루는 건 우리의 옛사람들이 만든 것들이에요. 사람의 얼굴을 본뜬 와당과 가면, 그리고 석인, 목각인형들이 그것이죠.
이 수집품들은 단순한 미술품이 아니에요. 조각인지, 도자기인지, 실용 물품인지 경계를 넘나드는 것들이에요. 와당은 지붕 끝을 장식한 것이지만 빚은 사람의 손길이 담긴 예술이고, 목각인형은 의례나 놀이에 쓰였지만 그 안에 어떤 감정을 담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옛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었고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를 보는 경험이 이곳이에요.
실내와 야외, 계절의 배경에서 펼쳐지는 전시
박물관 얼굴은 건물 하나가 아니에요. 실내 전시관이 있고, 앞마당이 있고, 야외전시관이 있어요. 야외전시관에는 석인과 석공예 작품 70여 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여기가 특별해요.
계절마다 피는 꽃과 자라나는 나무들이 이 돌들의 배경이 되거든요. 봄 벚꽃 흩날리는 배경에서 본 옛 조각의 얼굴과 가을 단풍 속에서 본 그것은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줘요.
야외 전시실 뒤에는 한옥 하나가 더 있어요. 관석헌이라는 이름의 집인데, 무려 80년 된 한옥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이 건물의 출처예요.
전라도 강진에서 옮겨온 것인데, 강진은 김영랑 시인의 고향이에요. 그래서 이 한옥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의 시간 여행이 되는 거죠. 오래된 돌들과 80년 된 나무들이 함께 호흡하는 공간에서요.
어린이를 위한 체험, 얼굴과의 만남
아이와 함께 방문하면 특별한 경험이 추가돼요. 무료 워크북이 제공되는데, 이건 단순한 색칠하기나 스티커 붙이기가 아니에요.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찾아야 할 것들, 생각해볼 질문들이 담겨 있어요.
전시를 수동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탐험하는 경험이 되는 거죠.
그리고 직접 돌에 얼굴을 그려보는 체험도 해볼 수 있어요.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관찰했다면, 이번엔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의미에서 뜻깊은 경험이 될 거예요. 아이 손에서 만들어지는 얼굴들이 모여, 또 다른 전시가 되는 거죠.
연극 무대의 논리로 세워진 공간
박물관 얼굴의 설계 원리가 흥미로워요. 연극 연출가인 김정옥이 만들었다는 게 그 이유예요. 일반적인 박물관은 조명을 단조롭게 하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여기는 다르게 설계됐어요. 무대에서 배우를 비추는 조명처럼, 각 작품을 드라마틱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에요. 관람자가 공연을 관극하는 심정으로, 옛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맞추는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관람객이 아니라 관극객이 되는 경험을 해보세요. 40년의 수집 속에 담긴 옛 얼굴들이 무대 위의 배우처럼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 광주 여행, 계속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