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웹진광양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3분

중흥산성 안에서 천 삼백 년을 견딘 중흥사

임진왜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파고를 넘은 절

중흥산성 안에서 천 삼백 년을 견딘 중흥사
광양 현지 사진

광양시 옥룡면의 중흥산성 안에는 중흥사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어요. 산성의 이름과 절의 이름이 서로를 부르는 이 공간은 신라시대부터 현대까지 천 삼백 년을 함께 걸어온 곳입니다. 옥룡면 하운 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데, 이 길 위에서 만나는 절의 모습과 역사는 우리에게 '진짜 오래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아요.

신라 도선국사부터 임진왜란까지 — 중흥사의 시작

중흥사 경내의 전경
중흥사 경내의 전경

중흥사가 처음 세워진 것은 신라 경문왕 때로,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져요. 도선국사는 선종 문화를 개척한 고승으로 알려진 인물이고, 그가 이 산성 안에 절을 세운 이유도 그 시대의 신앙 풍토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흥사가 우리 눈에 보이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훨씬 최근의 일입니다.

임진왜란이 터졌을 때, 중흥산성은 왜병과 한반도 방어군이 격전을 벌이는 현장이 되었어요. 이 전란 속에서 절은 불에 타게 되었고, 승병들도 모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후 중흥사는 오랜 세월 암자의 형태로만 유지되다가, 1963년에 이르러 비로소 중건되었어요.

즉, 우리가 오늘날 중흥사를 방문할 때 보는 건축물 대부분은 근현대에 복구된 것이면서도, 그 터 아래에는 임진왜란 이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는 뜻입니다.

중흥사가 특별한 이유는 건축물의 나이뿐 아니라 그것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 때문이에요. 절의 경내에는 국보 제103호로 지정된 쌍사자석등이 있었는데, 현재는 광주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절에는 모조품이 남아 있습니다(일제강점기에 한 일본인이 이 석등을 몰래 반출하려다가 주민들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요). 이 외에도 보물 제112호로 지정된 중흥산성 3층 석탑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유형문화유산 제142호인 석조지장보살반가상이 절의 경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세 문화재는 중흥사가 얼마나 오래되고 또 얼마나 소중한 역사를 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입니다.

산성 위에서 만나는 절의 풍경

중흥산성과 함께하는 절
중흥산성과 함께하는 절

중흥사를 찾으려면 옥룡면 하운 마을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약 800미터를 올라가면 돼요. 주차장이 있고, 그곳에서 홍교를 건너 절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절 바로 뒤로는 중흥제라는 호수가 자리하고 있어서, 절 경내를 돌아본 뒤 호숫가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중흥산성 위로 올라 세심정이라는 정자에서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백운산까지 터져 나오는 풍경을 만나게 됩니다. 이 전망만으로도 산길을 올라온 발걸음이 아깝지 않을 정도예요.

도시전설 팁
중흥사의 정확한 개방 시간과 방문 에티켓은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세요. 산길은 거리에 비해 경사가 있는 편이니, 편한 신발을 준비하고 충분한 물을 챙겨두면 좋습니다.
신라부터 임진왜란을 거쳐 현대까지, 천 삼백 년의 시간을 한 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중흥사예요. 중흥산성이라는 역사의 산성 안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증인으로 서 있는 이 절을 방문하면 우리가 자주 놓쳐버리는 시간의 깊이를 되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광양 여행, 계속할게요!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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