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웹진순창 인사이드 · 2026-09-11 · 읽는 시간 2분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불암산 바위에 새긴 고려의 신앙

900년 전 조각가의 손이 담긴 2.6미터 부처님, 섬진강 건너 앉아 있다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불암산 바위에 새긴 고려의 신앙
순창 현지 사진

순창의 구미마을에서 섬진강을 건너 불암산 중턱을 올려다보면, 거기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이 보입니다. 약 3미터 높이의 바위 위에 새겨진 이 불상은 높이가 2. 6미터로 성인 남성보다 크게 만들어졌어요.

마애여래좌상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바위를 깎아서 만든 불상인데, 바위에 직접 새겨진 부처님은 어떤 이유에서든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 자리는 그 부처님의 영원한 집이 되는 거죠.

얼굴이 큰 불상, 정말 의도된 표현일까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이 불상을 처음 봤을 때 눈에 띄는 것은 그 얼굴의 크기입니다. 신체에 비해 얼굴이 유난히 크게 표현되어 있거든요. 이것은 실수나 미숙함이 아니라, 당시 조각가의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처님의 얼굴을 더 크게 표현함으로써 신앙의 중심을 얼굴에 두고, 관자의 시선을 그곳으로 집중시키려 했던 것 같아요. 정사각형에 가까운 얼굴 형태와 큼직한 코, 두툼한 입술은 고려 시대의 조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유난히 관심 끄는 것은 이마 선을 따라 남아 있는 붉은색 칠입니다. 900년이 넘은 세월 동안 거의 모든 것이 풍화되고 마모되었을 텐데, 그 붉은 칠만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지요. 눈은 마모되어 분명하지 않지만 가늘게 뜨고 있는 듯한 모습이 고요한 명상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결가부좌, 손 모양에 담긴 명상의 의지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순창 석산리 마애여래좌상

불상의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세부 표현이 보입니다. 신체는 얼굴에 비해 작게 표현되었는데, 어깨가 좁고 위축되어 있어요. 오른쪽 어깨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지만, 왼쪽 어깨에는 대의(승려의 옷) 자락이 걸쳐 있습니다.

손 모양도 특징적인데, 오른손은 결가부좌한 다리 아래로 내려가 있고,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서 양 무릎 위에 살짝 올려놓았어요. 이런 손 모양(수인)은 명상과 깨달음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이 불상은 고려시대 11~12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의 조각가가 이 높은 바위를 치우고 정성들여 새긴 불상이에요. 2003년에는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주변에는 섬진강이 흐르고, 구암정과 용궐산자연휴양림이 있어서 연계하여 관광할 수 있어요. 불암산 중턱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는 부처님의 시선이, 900년을 견디어낸 이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도시전설 팁
이용요금, 개방 시간, 휴무일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야외 문화유산이지만, 방문 전에 현지 상황을 확인하고 안전에 유의해주세요.
불암산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은 900년을 같은 자리에서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11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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