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의 화를 피해 옮긴 절,
봉림사의 설화
신라 고찰의 역사 속 전설과 현존하는 불화들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에 자리한 봉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본사에 딸린 사찰)입니다. 1742년(영조 18)에 징월이 창건한 이 절은 흥미로운 역사 속에서 태어났어요. 신라 문무왕 때 의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법화사가 보현산에서 학서산으로 옮겨왔는데, 봉림사는 그 이전 위치에 지어졌던 것입니다.
절의 유래 자체가 이동과 설화로 가득하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지네의 화를 피해 절을 옮기다
봉림사가 품고 있는 가장 유명한 설화는 법화사의 이전 배경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법화사의 한 사미승이 탁발을 나갔다가 병에 걸려 절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민가에서 요양하게 된 사미승을 주민들이 극진히 돌봤는데, 여름이 되자 개고기가 몸을 회복하는 데 좋다며 그것을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고민 끝에 개고기를 먹은 사미승은 병이 나아 칠월 칠석이 되어 절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매년 칠월 칠석이 되면 밤마다 천둥과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렸고,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승려 한 명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에요. 결국 주지가 회의를 열고 이를 해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칠석날 모든 승려의 몸에 실을 연결해 어디로 사라지는지 알아보자는 계획이었죠.
계획대로 실을 따라가 본 결과, 산 중턱 바위 굴속에 거대한 지네가 잠을 자고 있었어요. 칠월 칠석마다 지네의 화를 입던 승려들을 구하기 위해, 결국 절을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집니다.
현존하는 불화와 건축
오늘날 봉림사의 경내에는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채 등의 건물이 남아 있어요. 절 내에는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하는 삼존불상이 봉안되어 있으며, 후불탱화신, 중탱화, 지장탱화, 칠성탱화 등 여러 시대의 불화들이 소중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설화만큼이나 아름다운 이 불화들은 봉림사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신앙의 중심이 되어 온 물건들이에요.
방문 시 이 불화들을 차근차근 관찰해 보시면, 각 시대마다 신자들이 품었던 신앙심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네의 화라는 설화가 지금도 전해지는 봉림사.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어 온 이야기 속에서 옛 신자들의 신앙심과 절의 역사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