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웹진영주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3분

신라시대 벽화무덤에서 만나는 고구려의 흔적

비봉산 자락에 묻힌 어숙 묘의 이야기

신라시대 벽화무덤에서 만나는 고구려의 흔적
영주 현지 사진

영주시 순흥면 비봉산 자락에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봉토무덤 하나가 있어요. 이곳이 바로 어숙묘(어숙이라는 사람의 무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1971년에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 조사를 하면서 지금까지 알려지게 되었죠.

이 무덤은 단순한 신라 유적이 아니라, 신라 영역에서 고구려 문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어요.

흙으로 지은 원형 무덤

무덤 내부 벽화 영역
무덤 내부 벽화 영역

어숙묘의 외형은 흙을 쌓아 올린 원형의 봉토무덤이에요. 지름이 약 16미터에 달하는 꽤 큰 규모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파손이 심해 정확한 높이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무덤을 둘러싼 밑부분에는 자연석을 이용해 둘레돌을 돌려놨어요.

내부 구조는 넓은 현실(널방)과 좁은 연도(널길)로 이루어진 굴식돌방무덤 형태입니다.

현실의 바닥에는 널을 올려놓았던 넓은 널받침이 있고, 그 옆에는 규모가 작은 보조 널받침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흙이 쌓여 있는 서쪽 벽 아래에서 도굴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무덤 내부에는 석회를 바르고 그린 벽화들이 남아 있었어요.

벽화가 말해주는 역사

벽화의 흔적
벽화의 흔적

무덤 현실의 4개 벽과 천장에는 석회를 바르고 그 위에 벽화를 그렸어요. 자연 습기로 인해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천장과 문짝에는 여전히 벽화가 남아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천장에 그려진 대형 연꽃무늬예요.

붉은색 한 가지로만 연꽃을 그린 것이 특징인데, 이런 기법은 법흥왕의 불교 공인 이후인 6세기 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돌로 만든 문짝의 바깥쪽에는 인물상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거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당시 무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짝의 안쪽에는 '을묘년어숙지술간'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 글씨가 무덤의 나이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고구려와 신라가 만나는 경계지

을묘년은 연꽃무늬의 특성을 보아 진평왕 17년인 595년으로 추정돼요. '어숙'은 그 이름만으로도 고구려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덤에 새겨진 '술간'은 신라의 관직명인데, 이것이 특별한 의미를 가져요.

왜냐하면 이 시기 이 지역이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지역이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어숙묘와 함께 발견된 순흥 벽화무덤이 신라 영역에서 찾아진 벽화무덤이라는 점, 그리고 어숙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신라의 유일한 무덤이라는 점이 매우 중요해요. 이것은 이 지역이 단순한 신라 땅이 아니라, 고구려와 신라 문화가 섞여 있던 특별한 공간이었음을 말해줍니다. 5세기까지 고구려의 영향력이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이 지역에 깊이 침투해 있었던 거예요.

도시전설 팁
현장 방문 시 고분 보존을 위해 안내에 따라주시고, 더 자세한 정보는 사전에 영주시 문화재 부서나 박물관에 문의해보세요.
고구려와 신라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갔던 어숙. 1400년 전 무덤에서 우리는 삼국시대 교섭의 실제 모습을 만나고 있어요.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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