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실의 문짝이 특이한 삼층석탑,
정읍 은선리
2층에 문짝을 단 유일한 석탑, 6미터의 높이에 담긴 역사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 마을에 세워져 있는 은선리 삼층석탑은 우리나라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백제탑의 양식을 이어받아 고려시대에 만든 석탑으로, 높이는 6미터입니다. 이 탑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2층 몸돌에 양측에 문짝이 달려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일반적인 석탑의 구조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백제 석탑의 전통을 잇다
기단은 낮은 1단으로,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과 같은 양식입니다.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이 여러 장의 돌로 이루어졌어요. 1층의 몸돌은 대단히 높아 기형적인 인상을 주지만, 이것이 바로 이 석탑의 개성입니다.
각 면의 모서리에는 희미하게 기둥 모양을 본떠 새겨놓았고, 2층 몸돌은 높이와 너비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3층 몸돌은 더욱 줄어들고 다른 꾸밈은 없는데, 지붕돌은 평평한 돌을 얹어 간결하게 구성했어요. 꼭대기에는 또 하나의 평평한 돌이 놓여 있으나, 이것이 탑의 머리장식의 일부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희귀한 감실 구조의 비밀
2층 몸돌의 남쪽면에 2매의 문짝이 달려 있는 것이 가장 특이한 부분입니다. 이는 감실(불상을 모시는 방)을 설치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보통은 벽면에 본떠 새기기만 하는데, 이렇듯 양측에 문짝을 단 유래는 매우 희귀해요.
이런 구조를 통해 고려시대의 석탑 장인이 얼마나 창의적이었는지, 그리고 백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찾아내려 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라 기술적 혁신의 증거인 거죠.
고려 초기 지방 문화의 자취
불상의 조각양식이나 우견편단으로 입고 있는 불의 등에서 백제 후기 불상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삼국시대 말기부터 등장하는 편단우견의 착의법은 신라 지역의 삼곡 자세 금동제여래입상을 중심으로 널리 유행했던 형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고려 초기의 정읍 지역에서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지역마다 고유의 석탑 문화를 유지하면서도 광역의 미술 양식을 수용했던 당시의 문화 교류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희귀한 감실 문짝을 품은 은선리 석탑. 고려 초기 지방 장인의 창의성을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