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웹진밀양 인사이드 · 2026-09-08 · 읽는 시간 2분

300년을 견디며 지어진 전통,
부북면 퇴로리 이씨고가

1890년 건립된 여주이씨 종가, 정침·중사랑·별채로 펼쳐진 조선 후기 가옥의 격

300년을 견디며 지어진 전통, 부북면 퇴로리 이씨고가
밀양 현지 사진

밀양시 부북면 퇴로로를 따라 들어가면, 타이머 된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여주 이씨 자유헌(1656~1716)파의 종가집, 퇴로리 이씨고가입니다. 1890년(고종 27) 항재 이익구가 이곳에 터를 잡으며 지어진 이집은, 이후 100여 년간 5대에 걸쳐 전통 그대로 보존되어 온 살아있는 문화유산이에요.

진흙 토담과 기와, 그리고 목재의 결이 말해주는 것은, 곧 조선 후기 양반가의 집이 어떤 신분 의식과 격을 갖고 있었는지 하는 점입니다.

정침·중사랑·별채, 종가집의 구조

정침 청덕당
정침 청덕당

이씨고가는 기와를 얹은 토담으로 구획된 부지 위에 남향으로 지어진 목조 기와집입니다. 현존하는 건물은 정침과 중사랑, 별채로 이루어져 있어요. 정침은 정면 7칸, 측면 2칸 규모의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청덕당'이라는 당호를 갖고 있습니다.

이곳이 가주(家主)가 거처하는 중심 건물이었죠. 중사랑은 정면 5칸, 측면 1칸 반의 맞배집으로, 항재의 아들 성헌 이병희가 거주하며 독서하던 공간입니다. '성헌'이라는 현판이 그 용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요.

별채는 후강 이재형(1891~1979)이 건립한 건물로, 안채와 사랑채, 동서익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채는 정면 7칸, 측면 1칸 반으로 '사현합'이라는 현판을, 사랑채는 '쌍매당'이라는 당호를 갖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천연정', '서고정사', '한서암' 등 퇴로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건물들이 모두 여주이씨와 연관된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종가집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 채의 건물이 아니라, 그 주변 전체 마을이 하나의 문화적 맥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토담과 기와가 품은 세월의 무게

토담의 세월
토담의 세월

퇴로리 이씨고가를 거닐면서 마주하는 것은 물리적인 건축물만이 아닙니다. 진흙을 발라 낮게 조성한 토담 사이로 난 골목, 빛바랜 아청색의 기와가 나타내는 시간의 흔적,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하게 남아있는 모습이에요. 봄이면 마당에 심어진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운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조선 후기 양반가의 삶 그 자체를 체험하는 공간인 것입니다.

도시전설 팁
방문 시 입장 요금, 개방 시간 등은 미리 확인해 두세요. 고택에서의 숙박이나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300년을 견딘 토담과 기와, 그리고 지금도 그곳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손길. 퇴로리 고가에서 만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한 가문의 시간 자체입니다.
#이씨고가#퇴로리#종가#전통가옥#부북면
글 · 도시전설 편집부 · 2026-09-08 발행링크 복사카카오톡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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