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짓는 돌 장승,
실상사의 수호자들
악귀를 쫓는 익살과 해학이 담긴 300년의 수호

장승은 우리 민간신앙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예요.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경계를 표시하고, 동시에 잡귀의 출입을 막는 수호신의 구실을 해왔습니다. 남원 실상사의 석장승들은 바로 그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매우 특별한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홍수를 견디고 남은 세 수호자
실상사 석장승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것의 역사가 매우 명확하다는 거예요. 원래 이곳 냇가에는 네 개의 장승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936년 큰 홍수 때 그 중 하나가 물에 쓸려 내려가버렸어요.
그래서 현재는 세 개의 석장승만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 속에서 하나를 잃으면서도, 나머지 세 개는 계속 그 자리를 지켜온 것이죠.
현존하는 세 개의 장승은 각각 아주 흥미로운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대장군", "옹호금사축귀장군", "상원주장군"이라는 이름인데, 이 이름들만 봐도 장승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어요. 세 장승 모두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고, 튀어나온 둥근 눈에 주먹코, 그리고 커다란 귀를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양식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같은 시기에 같은 손으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여요.
장승에 새긴 기록으로 보아, 이들은 모두 1725년 영조 1년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약 300년 전의 작품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워요. 보통 장승은 남녀로 배치해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데, 흥미롭게도 실상사의 석장승들은 모두 남자 형태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표정이 매우 특별해요. 일반적으로 귀신을 쫓는 장승이라 하면 험상궂은 표정을 상상하기 쉽지만, 이곳의 장승들은 오히려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정을 하고 있거든요. 악귀를 쫓으면서도 그 방식이 위협적이지 않고 우리 민족의 여유 있는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현재 주변에는 지리산산내들펜션 야영장과 지리산국립공원이 있어 연계하여 관광할 수 있습니다. 실상사를 방문하면서 이 세 개의 석장승도 함께 살펴보면, 우리 전통문화가 얼마나 다양하고 깊은 정서를 담고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어요.
험상궂지 않은 웃음 짓는 돌 장승들. 악귀를 쫓으면서도 우리 민족의 여유와 해학을 담아낸 300년의 수호자들입니다.








